제주를 갔다오기만 하면 되는 꿀비행 스케줄이 바뀌어있었다.
인천 - 나리타.
승무원이지만 비행으로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인천이라니
그것도 서울베이스가 아니라 부산베이스인 내가?
게다가 요즘 우리 회사가 나리타도 갔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비행을 가기 며칠 전 만들어진 카톡방.
알고보니 전세기로 인천-나리타 비행을 다녀오는 것이었다.
손님은 단 서른여분.
내가 모시고 갈 손님은 무려 프랑스 국가대표팀이었다.
전날에 우리나라와 축구 경기를 하고,
다음 날 도쿄올림픽을 위해 출국하면서 우리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다.
전세기여서 그런지 풀서비스를 하고, 신경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며칠동안 회사로 부터 서비스방법, 프로시저에 대하여 메일이 왔다.
같이 비행가는 매니저님과 운좋게 그 전부터 계속 비행이 나와 서비스에 대한 의논도 했다.
국제선도 오랜만.
전세기는 처음.
기대도 되는데 막막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국제선 비행을 가서 설레기도 하고, 유명한 국가대표들을 봐서 기대도 됐다.
지금 생각하니 웃기지만, 몸값이 어마어마한 선수들에게 커피라도 잘못 쏟는다면.. 하는 아찔한 생각도 하고 말이다.

의미있는 행사같은 비행인만큼 팀원만해도 12명이나됐다.
내게 인천공항은 늘 손님으로 장거리를 갈때 이용한 곳이라 그렇게 설렜던 곳인데 예상은 했지만 정말 고요하고 조용했다.
씁쓸한 마음도 잠시 챙겨야할 서비스 아이템들이 많아서 부랴부랴 기내로 들어갔다.
여러 종류의 주스, 다양한 기물, 방호물품, 선배님께서는 밀체크까지.
정신없이 번잡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비행기가 뜨고나면 손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상에서 꼼꼼하게 체크를 했다.
국제선이라 장갑도 끼고, 고글도 쓰고, 방호복도 입었다.
보딩을 시작하고, 손님들도 하나둘씩 오셨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축구선수가 있었다면 많이 설렜을텐데 아쉽게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예상한대로 선수분들은 피곤해서인지 주무셨고, 큰 탈 없이 비행도 잘 끝났다.

저비용항공사에서 밀초이스를 하게 될 지 몰랐는데 기내식이 2종류로 탑재가 되어서 밀초이스 질문도 했다.
We have two choice of meal, which one would you like sir?
그리고 디저트도 드렸고, 베버리지 서비스도 나갔다.
손님 수가 워낙 적었고, 비행시간도 짧지 않아서 널널하게 서비스를 했다 :)
예상보다는 수월하게 흘러서 안도했다 모두 함께...


나리타 공항에 랜딩하면서 본 도시는 푸르고 깨끗하고 맑았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해외의 하늘. 나리타는 한달에도 몇번씩이나 왔던 곳인데 그런 곳이 이렇게나 반갑다니!
공항도 그대로고, 조업직원 분들도 그대로인데
코로나는 이 세상을 얼마나 바꾼걸까? 그리고 언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여러모로 기억에 남았던 비행이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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